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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예술 김미영 작가_계절의 향기가 가득 묻어나는 그림

브랜딩 스토밍

by 칼 융단 2021. 9. 26.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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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김미영 작가의 회화작품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올해에는 아직 개인전은 없었지만 얼마 전 이화익 갤러리 20주년 기념 전시회나 도자기 회화 등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 중이신 것 같다. 

그림을 사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 없는데, 진짜 여윳돈 모아서 사고 싶을 정도다. 

이번 이화익갤러리 20주년 전시회에는 작품이 두 점 뿐이었어서 아쉬웠지만, 입체감 있는 터치와 색감이 있어서 직접 보니 훨씬 더 좋았다. 작품집이나 도록이라도 따로 내주시면 좋겠는데..! 다음 개인전 있을 때까지 존버! 

 

처음 접했던 작품. 뜨거운 봄날의 정원 속 피어있는 빨간 꽃이 연상된다. / 김미영 작가 인스타그램_아트부산&디자인.2020

 

lemon and blue wave. oil on canvas. 왼)2020 오)2021

 

Tone. 2020 / Lemon breeze.2020  

 

Orange breeze.2017 / Mint and pink wave.2021

 


 

출처 NOBLESSE, 사진: 이시우 / The Painter's Garden(부분), 2018 / 7,300,000

 

그림에서 작가의 친절하고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밝고 경쾌한 색깔이 기분이 좋다. 'The Painter's Summer'는 첫눈에 바람 속에 들어간 듯했는데, 두꺼운 표면을 보니 연못 속 물고기가 움직이는 느낌도 들었다. 

살아 있다! 내가 기대한 답이다. 옛날에는 나무가 흔들리는 걸 보거나 모닥불처럼 자연이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도 인간이 즐기는 예능의 하나였다고 들었다. 나 역시 지금처럼 창밖의 나무 이파리가 흔들리는 걸 바라보는 게 좋다. 'The Painter's Summer'는 이런 순간을 생각하고 그린 것이다. 작업실 문을 열고 바람이 불어올 때, 산책하거나 수영할 때처럼 일상에서 보는 작은 움직임과 찰나를 회화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수영할 땐 물이 조금 느리게 느껴지는 그런 것. 그림에 움직임을 넣는 것이다.여기에서 나올 줄 몰랐던 우발적 효과를 즐긴다. 작가들이 보통 '해피 엑시던트(happy accident)'라 부르는 우연한 순간이 오기를 바란다.

 

<Summer Hill>展에는 어떤 비밀이 있나요?

많은 사람이 여름을 습하고 덥다고만 생각하는데 내게 여름은 상큼한 느낌이다. 그런 상쾌한 느낌을 색감에 넣으려고 했다. 관람객도 산뜻한 기분을 느끼고 여름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잠시나마 잊으면 좋겠다. 그린 지 얼마 안 된 것 같고 시간과 계절을 초월해 붓을 댄 당시가 생생히 전해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이 역시 관람객에게 전해지면 좋겠다. 

- Noblesse 'Bring Art to Life', <Summer Hill>展 인터뷰 中 -

 


 

가장 일상적이고도 아름다운

김미영 작가에게 예술적 영감은 바로 일상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이 일렁이는 물결 같기도 하고,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 같기도 한 건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과감한 접촉이 아니어도 나에게 울림을 주는 표면의 텍스처 위에 손을 올려 놓을 때, 영감을 주는 공간을 눈으로 천천히 훑을 때, 때로는 햇빛과 어우러지는 결의 움직임을 바라볼 때에 나에게는 영적으로 다가오는 순간마저 있다. 그런 임팩트 있는 순간은 나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기에 이렇게 촉각과 이어지는 시각의 표현에 대하여 다루고 싶었고, 그 과정을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루어졌다. 우리의 오감은 지금도 이어져 상호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눈으로 만지듯 그림을 그린다. - 작가 노트 중 - 

 

감각과 기억의 물결

그의 작품에서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미풍이 부는 듯하다. 바람이 살결에 닿을 때 느낌을 담은 '웜 브리즈', 상큼한 노랑 초록의 물감이 차곡히 쌓인 '레몬 브리즈' 등 계절과 날씨, 냄새와 향기가 가득하다.

 


 

회화와 조각 사이, 그 어딘가: 바르고 뭉개고 긋고 긁기 

그동안 김미영의 작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색은 사계절을 타는 직관으로 신체의 모든 감각들을 불러내기도 한다. 이는 프루스트가 느꼈던 여름의 땡볕의 바스락한 열기일 수도 있고, 더위를 달래기 위한 싱그러운 레몬과 민트 향 혹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검은 낙엽송과 가을에 지는 노을을 연상케 한다. 김미영이 포착하려고 했던 감각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축척된 것들에 가깝다. 그는 이러한 감각들을 회화가 필연적으로 안고 가는 화면 안에서 일부 조각적인 형태로 확장하려는 의지가 돋보이는데, 이는 소조의 방식과 더불어 부조가 갖는 성향을 포함하여 회화와 조각의 중간, 그 어딘가에 위치시킨다. 여기에 현기증 나도록 다량으로 얹혀지는 물감 덩어리의 무게를 지탱하는 표면은 물성이 안착된 시간과 순서들이 무의미해진 듯하다. 김미영에게 회화는 무엇이 그리는 것이고 만드는 것이었는지, 화면 안에 존재들을 지속적으로 뒤집어 보려는 실험일 것이고, 일상과 시간을 통해 물성, 도구를 통해 어디까지 확장시킬지 기대해 본다. 

 

- 추성아 독립큐레이터 <Touch of Eyes> 전시서문 中 -

 

최근 분더샵x갤러리 휴 'THESE(테제)' 전시에서 선보인 세라믹오브제. Lemon and blue custard.2021 / The painter's farm.2021

 

보편적으로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두는데, 어떤 때에는 다른 형식으로 남기고 싶을 때가 있다. 

얼마전 햇살이 부서지던 날 공원을 산책할 때에도 그런 순간을 포착했지만, 그럴 재주가 없는 게 한탄스러웠다. 

대신 그 풍경을 보고 김미영 작가의 그림들이 생각났고, 마치 나의 시선을 작가님이 대신 그려준 듯 해 가까이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한탄스러운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계절과 날씨, 냄새와 향기가 가득한 따뜻한 그림들을 계속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작품사진 : 김미영 작가 홈페이지

www.meeyoungkimstudio.com  

인터뷰 : '자연 가까이 사람 가까이', 'NOBLESSE', '헬로! 아티스트' 발췌

http://www.kecowebzine.kr/data/vol44/sub/p05.php 

http://www.noblesse.com/home/news/magazine/detail.php?no=8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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