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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_'용구감자점' (2019)_장쉬안루이,막윤문 등 출현/우리와 어쩐지 닮아있는 따뜻한 휴머니즘 대만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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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 융단 2022. 2. 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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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 있음>

중드는 거의 안 보고 대만 드라마는 가끔씩 보는 편인데, 오랜만에 잘 본 느낌이 들어 포스팅한다.
중드는 일단 드라마 이름부터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고 너무 오버스럽거나 오글거리는 연기와 설정이 많아서 거의 안 보는데, 대만물은 그래도 한국 콘텐츠와 비슷하고 공감되는 면이 종종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 드라마도 6~70년대의 시대 배경과 현대 도시의 이면, 작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유대관계 등이 잘 표현되어 있고, 플롯과 배경음악 등도 잘 구성되어 있어서 순식간에 다 보았다.


 

대충 줄거리

타이페이에서 능력 있는 사원으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던 쥔룽은 고향에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계신 할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처음엔 잡화점을 어찌하지 못해 내놓으려다가, 마을 사람들의 추억과 공이 함께 녹아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이곳을 스스로 없앨 권한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 타이페이 생활을 접고 고향에 내려와 잡화점을 운영하기로 한다. 이 잡화점을 매개체가 되어 여러 인물들의 사연을 하나씩 소개하며 치유받고 성장해 나가는 전개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나오는 잡화점과 외관 및 극 제목이 비슷해서 나미야 잡화점의 대만 버전인가 했지만, 전혀 관계는 없었고 다른 내용이었다.
또한 보는 내내 감동과 슬픔의 눈물이 마구마구 흘렀다. 그렇지만 마냥 슬픈 결말은 아니라서 마음 놓을 수 있었다..ㅠㅜ 그리고 일단 출연진들이 모두 배역에 찰떡이고, 남자 주인공이 아주 훈남이다.ㅋㅋ
여러 인물들의 사연들이 현재와 과거를 왔다 갔다 하는 전개인데 어느 시기인지, 누구에 관한 이야기인지 등등이 자막으로 표현되지 않아서 처음엔 조금 헷갈렸다. 나도 정리할 겸 등장인물 정리 좀 해보았다.

주요 등장인물

 

진더 : 용구감자점 주인 할아버지. 그 당시 어려운 형편에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정도로 똑똑하고 인정이 있어 자연스레 주변에 사람들이 따랐다.
인웨 : 의사 아버지를 둔 부잣집 딸. 구김살과 편견이 없고, 천진난만하며 긍정적이다.
아슈 : 진더의 부인. 진룽의 할머니
쥔룽 : 이야기의 주체가 되는 훈남 손자, 타이페이에서 잘 나가던 생활을 접고 용구 감자전을 운영하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왔다.
자오쥔 : 엄마가 운영하는 가라오케에서 소위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당하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동네 사람들과 친해지며 마음을 열어간다.
위윈 : 가라오케를 운영하고 있으며 어린 시절, 아는 건 이름뿐이었던 외국인과 사랑에 빠졌고 홀로 자오쥔을 낳아 키웠다.
사당 어른 : 사당을 관리하는 동네 어르신. 적당히 유연한 연륜과 젊은 마인드로 마을 사람들을 살뜰히 챙긴다. 이 역을 맡았던 '용초화' 배우가 작년 9월 68세의 나이로 별세하였다고 한다ㅠ
아융(증조부) : 돈이 많다. 괴팍한 성격이지만 의리 하나는 확실한 츤데레 할아버지. 매일 잡화점에서 빠칭코? 게임을 하며 노년을 보낸다.
슈이쿤,슈지(숙조부,숙조모) : 진더의 가장 친한 소꿉친구.
차이량진 : 쥔룽의 소꿉친구.
젠룽성 : 쥔룽의 소꿉친구. 학창 시절 쥔룽과 연관된 사고로 다리 한쪽을 잃었다.
정수펀 : 룽성의 아내. 쥔룽의 소꿉친구이며 첫사랑.
젠펑위 : 룽성의 친동생. 해맑고 철이 없지만 나름 속이 깊다(?) 쥔룽을 짝사랑하고 있다.
장언페이 : 자오쥔의 어릴적 성당에서 만난 오빠.
지청 아버지 : 진더의 절친 중 한 명이지만, 과수원을 운영하며 살충제와 농약에 중독되어 일찍 사망하였다.
지청 : 과일농사를 한다. 아버지는 진더의 친한 친구. 아버지가 남긴 과수원을 고집스럽게 혼자 관리하다 어려운 상황을 맞이한다.
*극 중 쥔룽이 부르는 증조부, 숙조부 등은 실제 가족이 아니고 우리가 흔히 가까운 윗사람을 고모, 삼촌, 이모~ 라고 부르는 것처럼 쥔룽을 어릴 적부터 돌봐오던 어르신들을 부르는 호칭이다.

'용구감자점' 이라는 이름?

중국어를 몰라서 사전 찾아봄; 用九柑仔店의 가게 이름인 '용구' 뒤의 '감자점'이라는 건 '귤가게'를 뜻한다. 원작의 배경이 '귤 가게'라고 했으니. '감자점'이라고 해서 드라마를 시청하는 내내 'potato' 가게의 이미지가 떠나지 않았지만, 드라마의 설정과 세트로 보아 이것저것 다 파는 '잡화점'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듯하다.


 

진더와 인웨


1회의 첫 등장은 '용구감자점' 주인 할아버지의 젊었을 적 이야기로 시작된다. 극 인물들의 사연 중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라 굳이 쓰게 되었음. 16부작에다 각 사연들이 매 회 조금씩 조금씩 나와서 중간에 지루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회는 꼭 볼만한 가치가 있다..ㅠㅜ
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밟고 온 주인집(?) 딸인 인웨를 흠모하게 되고, 곧 서로 사랑하게 되는데 신분의 차이로 비밀 연애를 하다가 아이가 생기게 된다. 둘은 서로만 믿고 모든 걸 버리고 도망쳐 한 시골로 가게된다. 둘이 도망쳐 나올 때 한 문구점의 주인 할아버지가 몸을 숨겨 주었는데, 아마 이때의 경험으로 두 부부는 열심히 돈을 모아 문구점을 차리자는 미래를 그리게 된 것 같다. 임신한 몸으로도 열심히 일하는 둘. 어느 날, 집 전구를 갈던 인웨가 집안에 들어온 쥐를 보고 놀라 의자에서 떨어지게 되고, 하혈을 하며 쓰러진다. 인웨를 살릴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진더는 유명한 인웨를 의사였던 인웨의 아버지 집으로 다시 보내게 된다. 이렇게 평생 안타까운 사랑을 가슴속에 품게 된 진더와 인웨.
이 시대 배경이 몇 년도일까? 아마 할아버지는 1940~50년대 출생자가 아니었을까? 그러면 인웨와의 결혼생활이 있었던 시대는 아마 1960~70년대로 추측해본다. 맨땅과 빈집을 일구어 나가던 시절. 이들의 사연도 가난과 신분 차이가 극명하던 시대가 낳은 비극일까.

진더와 인웨의 운명의 매체가 되어버린 '백열등'

"다시 볼 수 있어서 정말 좋다"
할아버지 맴찢..ㅠㅜㅠ



자우쥔과 위윈

그리고 또 기억에 남는 애증의 자우쥔과 위윈 모녀의 사연..
전반부에는 불우했던 자우쥔의 어린시절 이야기가 나오고, 후반부 쪽으로 갈수록 엄마 위윈의 사연이 나오는데,
나도 자우쥔 시점이 나올 때에는 '진짜 아동학대다, 저 엄마가 아무리 무슨 사연이 있어도 어떻게 저러지' 심각하게 봤다. 위윈의 사연을 알게 되어도, 딸에게 했던 언어폭력과 방치, 학대는 정당화할 수 없지만.. 그녀의 사연은 예상을 넘어 훨씬 안쓰러운 삶이었다.ㅠ 딸을 사랑하지만 자신에 대한 탓을 딸에게 하고, 자신도 제어할 수 없이 반복하게 되며 괴로워했을 위윈을 생각하니 먹먹했다.


모든 인물들의 사연이 먹먹하고 감동스러웠고 모든 인물들에게 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난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은 잡화점의 할아버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생에 정말 많은 굴곡이 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도 하며 자신을 놓지 않고 살았다. 이건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마지막회를 보니 문득, '힘든 인생이지만 살아내고 기다리다 보면 생애 꼭 한 번은 묵혀둔 소망이 이뤄진다'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았다. 성공이나 명예 같은 건 모든 사람이 바랄 테니까 그건 제외하고 번외로 말이다. 마치 할아버지가 50년을 넘게 그리워했을 첫사랑을 한 번이라도 다시 만나게 된 것처럼. 그리고 더 이상 욕심내지 않고 순리에 맡기는 것.
할아버지가 가진 선하고 선한 마인드로는 요즘 시대에서 살아남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요즘엔 이런 이야기가 오히려 판타지 같다. 죽고 죽이고, 살아남고, 이기고, 나아가야만 하는 세상이라 그런 듯.

 

"왜 잡화점 이름이 '용구'에요?'
"용구라는 이름은 우리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 중에서 '열에 아홉'은 있기 때문이지."
"그럼 왜 '용십'이라고 안 하세요?"
"숫자 10은 넘칠 수 있어. 그래서 9가 딱 좋지. 용구라는 이름에는 언제나 열려 있다는 의미도 담겼단다. 잡화점에 오는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은 평생 구할 수 있지.
"하지만 언젠가 사람들이 우리 잡화점에서 물건을 안사면 어쩌죠?"
"그건 나도 모르겠구나. 그렇지만 잡화점이 필요한 사람이 한 사람밖에 남지 않아도 계속 가게 문을 열어 둬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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