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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티빙(개별구매)_'나라타주' (Narratage,2017)_비 오는 날 찾아오는 쓰라린 첫사랑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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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 융단 2021. 9. 2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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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모토 리오의 동명소설 원작

감독 : 유키사다 이사오 ('러브레터' 조감독,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감독)

출연 : 마츠모토 준(하야마), 아리무라 카즈미(이즈미), 사카구치 켄타로(오노), 세토 코지(미야자와)

나라타주 뜻 : 내레이션+몽타주의 합성어. 드라마가 진행되는 도중에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의 장면.

 

'나라타주'

소설의 제목처럼 영화는 여주인공의 내레이션과 함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진행된다. 

영화의 시작에 선 여주인공은 비만 오면 사랑했던 그 사람을 떠올리고, 그가 준 멈춰진 회중시계를 다시 돌리지도 못하며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다.

시간이 지나도 그 사람을 담고 있는 물건을 보는 순간 다시 그때로 돌아가 선명하게 떠올리게 되는, 잊을 수 없는 사랑의 기억에 대해 담담하게 풀어냈다.

'비'와 '회중시계'. 로맨스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요소이지만 일본 영화 특유의 색감과 분위기, 머뭇거림은 어느새 누구나의 기억 속에 있는 아련함을 떠올리게 한다. 이루지 못했던 뿌옇고 쓰라린 첫사랑의 추억.   

기억 속에 파묻혀 있을 것인가, 단단하게 묻고 앞으로 걸어갈 것인가. 

 


 

깊은 여운을 남긴 장면

 

빗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으면, 그때의 느낌이 되살아나.

연출과 ost는 약간 미스터리한 느낌의 장면이 종종 있어서 소설의 내용을 모르고 본 나는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 보는 내내 불안했다. 이해되지 않는 주인공들의 행동도 종종 있었지만, 위의 마지막 장면 하나로 깊은 여운이 새겨지면서 이 영화 자체를 애착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두 사람의 마음을 완벽히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몰래 먼저 떠나는 이즈미를 끝까지 서서 지켜보면서, 하야마는 그동안 갖은 상황 때문에 얘기하지 못했던 온 진심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온 마음으로 배웅해주며 길의 끝점이 될 때까지 멀어지는 이 장면, 기차를 멈춰 서로에게 달려갈 수도 없는 이루지 못한 사랑과 이별하는 이 순간을 이즈미는 잊을 수 없겠지. 

 

명량한 러브스토리와는 거리가 있는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감정과 표현을 최대한 억누른다. 말보다는 표정으로 읽어야 했다. 서로 곁에 있어주길 바라면서도 다가서지 못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서로를 찾게 되지만 관계 정리를 확실하게 하지도, 속 시원하게 따지지도 못한다. 답답하고 의도치 않은 상황이 계속된다. 

결론짓지 못한 사랑은 지나고 보면 '아, 그래서 그랬나보다' 할 수도 있겠지만, 그 한가운데에 있으면 마치 안갯속을 걷듯이 상대의 마음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랑의 조연이 되어버린 사카구치 켄타로..
하야마가 전하고 싶었던 진심

 

둘의 지리멸렬한 관계 때문에 다른 연인에게 상처를 주고, 돌고 돌아 이즈미는 하야마에게 향하지만 하야마는 도쿄로 돌아갈 결심을 하고 이즈미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얘기한다.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고.

하야마는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받은 회중시계를 이즈미에게 주고, 몇 년이 지나 그 회중시계 뚜껑 안쪽에 새겨진 글자를 보고 그가 진정으로 해주고 싶었던 말을 알게 되는 이즈미.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회중시계를 굳이 멈추진 않는다.

(행복하기를, "Seja feliz" 인 것 같은데 그 앞에 써있는 단어는 뭔지 모르겠다.) 

 

이 영화를 이성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도 있었다. 또한 '나'와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처연한 조연으로 만들어 버리는 뻔한 설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성적이기만 한 사랑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내레이션을 이끌어가는 여주인공의 아픈 경험을 돌아보면서 성숙해가는 감정을 들여야 본다면 조금이나마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 나는 아직도 하야마의 진짜 마음은 모르겠다. 정말 사랑이었던 건지, 하야마가 직접 얘기했던 것처럼 피폐했던 삶에서 잠시 구해준 그저 의미 있는 사람이었는지 애매하지만, 그것 또한 사랑의 감정이었다고 믿고 싶다.  

나이가 더 들어서 볼수록, 또는 이런 아린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수록 이해가 되는 영화일 것 같다. 

 

감독 인터뷰 中

 

연애라는 것, 사랑한다는 것, 이런 감정에는 그라데이션이 있다. 다시 말해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다는 거다. 만약 이즈미나 하야마가 쉽게 결단을 내리면 이들의 관계는 붕괴될 거다. 그런데 사람들의 관계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바로 이 위태로운 밸런스가 연애의 가장 현실적인 부분이 아닌가 생각했다. 두 사람 사이의 어떤 심리적 장애물이 있다는 것. 이런 식으로 관계가 지속되어서는 안 되지만, 한편으로는 이 관계를 놓고 싶지 않다는 것. 사랑의 아름다운 부분이 아니라 사랑의 찌질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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