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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왓챠_'막다른 골목의 추억' (Memories of a Dead End,2021)_최수영,다나카 슌스케,안보현/봄의 문턱에서 마음 속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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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 융단 2022. 2. 1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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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 있음>


아직은 춥고 완연한 봄은 다소 멀었지만, 봄의 초입이 되면 생각나는 편안하고 몽글몽글한 영화 한 편을 포스팅한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연출은 최현영 감독이 했지만 한·일 합작답게 출연진, 제작사, 배급사 등은 한·일이 함께 했다.
제목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그야말로 달리 더이상 이어지는 길이 없는 골목 끝에 위치한 카페 'End Point'에서 있었던 일을 주인공이 추억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최수영과 이런 감성을 좋아해서 보게 되었는데, 현실적이기도 하고 잔잔해서 보기 편했고, 봄처럼 따뜻한 영화였다.
영화의 배경이었던 나고야에 'End Point'라는 게스트하우스 겸 카페가 실제로 있었지만, 현재는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대충 줄거리

오랜기간 장거리로 교제해온 남자친구 태규(안보현)와 관계가 소원해진 게 신경이 쓰여 태규가 일하며 지내는 일본의 '나고야'로 찾아간 유미.(최수영) 일본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따지기는 커녕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오려다가 우연히 2층 집을 개조한 카페 '엔드포인트' 2층 방에 며칠 묵게 된다.
카페를 운영하는 니시야마(타나카 슌스케)와 그곳에 들르는 동네 사람들의 세심한 배려로 차츰 마음을 열어가며 실연의 상처를 치유하게 되고, 가끔 그 때의 추억으로 지금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유미의 모습이 그려진다.


여기가 막다른 골목에 있지만,
다들 여기서부터 시작하기도 하거든.


책에서는 어떨까?


궁금해서 소설도 한번 보았다. 책에서는 다섯개의 서로 다른 단편이 옴니버스처럼 소개된다.
그중, 가장 마지막 에피소드를 영화화한 것이다.
여름의 기운이 남아있는 가을에서 벚꽃이 만연한 봄으로 / 일본 여자 '미미'에서 한국 여자 '유미'로 / 일본 남친 '다카나시'에서 한국 남친 '태규'로 등등, 영화는 몇 개의 설정 빼고는 책과 거의 95% 동일하게 만들어졌다.
원작과 많이 다르지 않아서 더 좋았다. 처음에 영화만 봤을 때, 유미와 니시야마는 서로 이성의 감정이었을까? 나중에는 정말 도쿄에서 만났을까? 궁금했는데, 그 속사정을 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어서 조금 후련한 기분이다.
소설에서 유미는 자신과는 다르게 자유로운 성품을 가진 니시야마에게 인간적으로 좋은 감정을 느끼고, 힘든 순간에 구렁텅이에서 자신을 꺼내 준 친구 또는 은인?으로 생각한 것으로 판명.. 또, 책 말미에는 이렇게 나와있다.

"서로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즐거웠던 날들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만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날들은, 기분이 엉망진창이었던 내게 신이 덮어 준 포근한 담요처럼, 어쩌다 우연히 찾아온 것이다."

이 마음을 알 것 같다. 너무도 행복했던 시간을 함께 했던 사람은, 다시는 만나지 않는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
이 뭔 개소리인가 싶지만, 그 때의 시간과 관계를 그냥 환상 속에 남겨두고 싶은 마음?
냉정하게 말하면 도피일까.?


"그런 사람들은 시각이 아주 정형화되어 있어. 줄곧 집 안에만 있거나 한 장소에 있다고 해서, 늘 똑같은 생활을 한다고 해서, 겉보기에 차분하다고 해서, 마음까지 좁게 닫혀 있거나 얌전하고 단순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주 빈곤한 사고방식이야. 그런데도 대개는 그렇게들 생각하지. 마음속은 얼마든지 한없이 넓어질 수 있는데. 사람의 마음속에 어떤 보물이 잠자고 있는지, 상상조차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

.. 인사이트를 볼 수 있는 사람이 됩시다.. 이분법, 고정관념, '멈춰!'

마음속 보물, 치유로써의 '추억'


개인적으로 '추억'은 삶에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추억은 건강한 '앞'으로의 힘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면 추억은 곧 경험이다. 좋은 경험이든 힘든 경험이든 어떻게든 지나오고 나면 그것은 곧 내적 자양분이 되어 언제라도 쓰일 곳이 있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의 옮긴이도 이렇게 얘기했다.

'인간이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겪어야 하는 무수한 불합리와 모순과 불행 뒤에,
또 어쩌면 같은 크기의 긍정과 행복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고 말이죠.'


맞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일들도 그렇겠지? 사실 겪고 있을 때에는 이게 긍정일지 부정일지 알 수 없고 너무 힘들기만 하지만, 다 이유가 있을 거야. 힘들었던 만큼 같은 크기의 행복이 결과로 오겠지.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사소한 기억 거리를 만들며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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