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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왓챠/티빙_'잠적' 김희애 편(2021)_일을 계속 해나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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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 융단 2021. 9. 1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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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그만두고 난 후 1년 동안은 정말 일을 하기 싫었다. 그럼에도 동시에 자괴감이 있었다. 한참 일 할 나이에 비생산적으로 지내는 게 불안하고 자괴감이 들었다.

이렇게 쉬면서 돌아보니, 조직이라는 게 썩 나에게 맞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그때는 혜안이 많이 부족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조직 속에서 봤을 때 과장님, 팀장님 등등 수장은 하나같이 생기가 없었다. 모두에게는 그만두는 못하는 사정이 있겠지만, 그땐 나도 왠지 희망 없는 미래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싣고 있는 것 같아 점점 힘들었다. 

동시에 이런 경솔한 생각도 들었다. 왜 다들 그렇게 싫어하면서 미련스럽게 놓지 못하는 것일까? 

그때 나는 많이 지쳐 있었고, 여러 가지 상황이 겹치면서 결국 일을 포기했다. 다들 부럽다고 했지만, 다음 스텝을 정하지 않고 하는 퇴사는 속 시원하지만은 않았다. 

왜 나는 계속 갈 수 없었지? 앞으로도 시작하지 못하면 어쩌지? 한번 실패했던 전공을 다시 시작한다고 과연 롱런할 수 있을까?

결핍에 대한 집착인지 그 후로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롱런을 했던 사람들' 의 생각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직장생활을 할 때 지금 깨달은 것을 알았더라면 그렇게 정처 없이 지치진 않았을 텐데 아쉬움만이 남았지만, 지금 정체했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는 거겠지. 

오늘은 시네마틱 로드무비 '잠적 - 김희애' 편을 통해서 그 생각을 수집해본다.  

 


 

배우 김희애가 2박 3일간 제주도를 여행하며 힐링하는 시네마틱 로드 무비. 아이러니하게도 일상을 벗어난 여행에서 김희애의 일상과 소소한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Q. 배우로의 38년을 되돌아본다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서 그런 세월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내 자신도 놀랍다. 

배우로서 인생을 소중하게 느끼며 지내지 못했던 시간이 많았다. 지금 더 감사하고 너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전에는 배우도, 모든 사람들이 직장을 다니듯이 나의 생활이라고 생각하고 누가 예술한다고 하면 '아이 뭐 그렇죠' 그랬는데, 이제는 나도 내 몸과 마음을 가지고 대본을 받고 또 다른 인물을 창조해내는 자부심을 느낀다. 

 

Q. 배우가 아니었다면?

생각할 수 없는데, 잘 살았을 것 같다. 지구력이 있어서 뭘 해도 잘 했을 것 같다. 멈추지 않는다!

 

분명한 건 어떤 일이든 멈추지 않고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난 잠적이 참 좋다. 숨어서 살아지는게 아니라 쉬고 내일을 채비하는 거니까. 


 

항상 나에게 완벽한 대본이 주어지지 않으니, 어떤 대사라던지 주제라던가, 사심이 없는 대본, 재미없더라도 무공해 같은 순수한 의도의 대본이 보인다면 참여를 한다. 그럼 그걸로 가치가 있고, 그걸 좋아하는 소수의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작업이 된다. 그리고! 많이 해본 사람이 장땡이다. 5년에 하나 한 사람과 망해도 수십 개 해본 사람과는 배우로서 보여지는 것이 다르다고 본다. 실패하더라도 일단 하는 게 얻는 게 많으니까. 물론 실패를 안 하면 정말 천운이고 실패를 하더라도 계속 일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근데 그게 참 힘들어~~ 

 

 

 

Q. 배우 김희애의 시간을 지탱해 온 힘은?

모르겠다. 그냥 멈추지 않는것? 정답을 모르겠으니까, 정답을 알면 안주할텐데 뭐가 뭔지 모르겠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그게 뭐예요, 어차피 살아내야 되는데. 포기할 수 없으니까 계속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거? 그게 행복하고 우울하지 않고, 성취감도 느끼고 보람을 느끼고 건강한 삶을 사니까 정답을 모른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그게 삶이겠지 뭐.  

 

Q. 김희애의 잠적은 어땠나요?

나는 아주 어릴때부터 일을 시작해서 일만 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조금 행복하고 그러면 무슨 일 생기는 거 아닌가 불안함이 들고 약간 죄책감? 노는 걸 잘 못해서 진탕 놀면 불안하고 내가 아닌 것 같고. 잘 노는 사람들이 부럽다. 

 

 

지나간 시간은 대체로 아름답게 남는다. 나쁜 기억은 휘발되고 좋은 기억만 남아 그런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좋든 나쁘든 그 시간을 지나왔다는 데서 드는 '안도' 때문이다.
시련과 좌절속에서도 작은 기쁨들을 찾아 힘을 충전하고 꾸준히 걸어왔다는 '만족' 때문이다. 


김희애는 '꾸준함'과 '멈추지 않는 것'을 강조했다. 

정신없이 달리던 레이스에서 잠시 이탈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게 나에게 맞는 건지, 맞는 일인지, 맞는 방향인지'에 대한 의심이 계속 있었던 차에 어느 순간 보람까지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꾸준히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잘 쌓아온 김희애도 '정답을 모른 채 계속하는 것'이라고 얘기하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나에게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그동안 너무 완벽한 일과 직장을 바라는 신기루에 갖혀있던게 아닌가 싶었다. 

완벽한 것을 찾기보다, 내 자신이 스스로 그 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보람을 찾을 것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나.. 

사실 처음 3년은 이런 마인드로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그 후로 초심을 잃으면서 바라는게 많아졌을 수도.. 

이래서 초심이 중요하다고 하는구나. 

오늘도 뻔한 것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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